돌초로 마루바닥을 닦던 그 시절이...
(돌초로 마루바닥을 닦던 그 시절이...)
김 수남(54회)
풍기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반세기가 다 되어 갑니다.
1960년대의 풍기초등학교 시절은 어땠을까요?
그 당시 학교건물은 목조 건물이었어요.
일제시대 때 지은 건물인데, 운동장 전면에 한 동, 좌측에 한 동이 있었답니다.
학생 수는 우리 때만 해도 한 반에 60~70명 정도 되었고, 그나마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했으니,
지방학교로는 꽤나 큰 학교에 속했지요.
3학년 때 까진 7반까지 있었던 기억이 나고, 4학년 2학기부터 북부초등학교를 개교해 학생을 분리한 걸로 알고 있답니다. 그 다음부턴 1~2반은 남학생반...3반은 남녀 합반...4~5반은 여�생반...이렇게 5반까지 있었지요.
한번은 4학년 때던가...한 창 수업 중인데 옆 반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우리가 5반이 었구, 그 옆 반이 4반이 었는데 ...그 교실 천장이 무너져 완전 아수라장이 벌어졌어요.
학교 건물이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보니 천장이 낡아서 무너져 내린 것인데, 다행히 다친 학생은 없었지만 흙더미가 쏟아져 내려 학생들이 흙투성이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답니다~!^^*
청소시간이 생각나네요.
목조건물이다 보니 마루며 복도가 나무로 되어 있어, 청소시간이 되면 책상걸상을 뒤로 죽~ 밀어놓고,
노란 물감을 들인 마루바닥에 돌초(지금은 이런 초가 없을것 같네요)를 가루를 내어 뿌린 뒤,
마른걸레로 문질러 광을 낸답니다.
복도는 점심시간을 이용, 두 줄로 두 다리 뻗고 죽~늘어 앉아...
이~이~사아~ 이~삼은~육~ 이~사~팔~ 이~오~십~... 몸을 앞뒤로 흔들어대며
구구단을 장단 맞춰 노래를 불러가며 마른걸레질을 했답니다.
광을 열심히 낸 날엔...우리 가시나들...특히 치마 입은 날엔 그야말로 초비상이었어요.
짓궂은 머스마들이 지나가면서 일부러 슬쩍~툭~~건드리고 갑니다.
그럼 영락없이 꽈~다앙~~ 치마는 후~울러덩~ 그런 날은 말 안 해도...ㅋㅋ
변소도 나무로 되어 있어 노란 물감을 들인 뒤, 돌초로 또 광을 내지요.
항상 신발을 벗고 용변을 봐야 했는데...누가 조준(?^^) 을 삐딱하게 한날은 정말이지...^^*
유리창 청소는 숯가루를 뿌리고 헌신문지로 문지른 다음 마른걸레질을 하면, 반짝 반짝 거울처럼 빛이 났어요.
그때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운동회가 열렸는데...
그 당시 체육복이라고 해야 검은색 옥양목으로 만든 고무줄 넣은 반바지에 하얀 티셔츠,
흰 덧버선(신발을 안 신고 종일 이 덧버선만 신었지요)... 청팀 백팀 머리띠...
2학년 운동회가 생각이 나네요.
2학년 전체무용이 있었는데...분홍원피스를 단체로 맞춰 입고, 양쪽 손목엔 조그만 방울을 달고...
머리엔 이쁜 머리띠를 두르고, 방울새야~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라는 방울새 노래에 맞춰 추는 율동 이었어요. 넘 귀여운지 많은 박수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또 색동저고리 꼬리치마입고...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율동도 1학년땐가 했던 거 같구요.
운동종목이라야 그저...혼자달리기, 계주, 팥 주머니 던지기, 장애물경기 등이 있었지요.
장애물경기는 5명이 한 조가 되어 출발선상에 서면... 화약 딱총소리가 따앙~ 울립니다.
맨 처음 사닥다리 통과하기, 그물통과하기(이건 좀 늦게 뛰어 가는 게 유리했음),사이다병에 굵은실로 묶은 막대기를 끼워 달려서, 맨 마지막에 바닥에 있는 종이를 줍지요.
그 종이에 적혀 있는 지시대로(누굴 찾아오라, 물건을 가져오라는 등) 하고는 빨리 들어오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였어요. 숟가락에 작은 고무공을 올려놓고 달리는경기도 있었고요.
혼자달리기에서 일, 이 ,삼 등을 하면 팔목에 등수별로 도장을 찍어주고...나중에 공책을
1등 3권, 2등 2권, 3등은 1권씩 주던 기억도 나네요.
농악놀이는 5학년 운동회 때 딱 한번 있었는데...흰색 한복 바지저고리에 파랑 빨강 노란 띠를 두르고...
머리엔 습자지로 만든 휜 꽃을 꽂고, 소고를 치며 한바탕 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구요.
운동회 때는 경기하는 것보다...푸짐한 먹 거리에 더 신이 났지요.
커다란 무쇠 솥에 쪄서 파는 분이 팍팍 나는 밤고구마...
솥뚜껑을 열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솥에서 꺼내 설탕을 솔~솔 뿌려 주던 찐빵이며...
술빵, 솜사탕, 엿 장사, 생강 도나스, 실에 밤을 꿰어 목걸이처럼 만들어 팔던 찐 밤 하며...구수한 국말이밥 등등...
그때는 뭐든지 맛있던 시절이었지요~!^^*
소풍 때는 또 어땠을까요.
그 당시 소풍은 주로 걸어가는 거였어요.
저학년 때는...주로 공원산, 옹고개, 금선정, 청계사로... 고학년 때는 희방사, 도담삼봉, 유석사...
6학년 수학여행으로는 경주에 간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6학년이던 그 당시...빨간 마후라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최 무룡...신 영균 주연의 그 영화의 주제가를 제일 빨리 배워 우리 반 친구들에게 점심시간만 되면 가르쳐주어...
수학여행갈 때 기차에서 단체로 그 노래를 불러 제키던 기억이 있네요.
참 많이도 극성스러운 초등생이었나 봅니다.ㅎㅎ
그 당시에도 소풍갈 때는 김밥이며 삵은 계란(이건 정말 필수 였지요^^), 콜라 사이다 환타 등 음료수를
가지고 갔는데...언니 올케가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김밥을 예쁘게 썰어오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썰지 않은 김밥을 통째로 비닐에 둘둘 말아 들고 오지요.
한 입 베어 물면...잘리지 않은 단무지랑 나물들이 쑥~삐져나와 그대로 달랑달랑...ㅋㅋ
아이스케끼 장사도 한 몫 하는 날이 었구요. 네모난 나무통에 어깨끈을 메고 아~이~스~케~끼~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아저씨가 생각나요. 한 개에 10원인가 했지요 아마.
삼각 김밥 모양의 비닐에 든 오렌지 과립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음~ 더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생각이 멈추네요.^^
소풍가서는 오전엔 주로 장기자랑 (노래 부르기), 수건돌리기. 무릎 치고 손뼉 치며 번호 맞추기...
점식식사 후에는 보물찾기, 무리지어 춤추며 놀기(주로 트위스트) 등을 한 것 같네요.
보물찾기는 나뭇가지나 돌 틈, 풀 속에 숨기는데,,,한 장도 못 찾을 때가 더 많았답니다.^^
4학년 때부터 학예회가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주로 합창, 2중창, 4중창, 2인무, 등을 한 것 같아요.
합창부에서 활동한 기억이 있는데...학예회가 열리는 날엔 백퍼센트라는 나일론 천으로 만든
곤색 치마와 분홍 브라우스를 단체로 입었지요.
머리엔 이쁜 리본을 달고 가벼운 율동으로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 모습이 생각납니다.
두 손을 다소곳이 마주 잡고서 말이죠.
2인무를 춘 친구들은 백조의 호수를 췄지요~아마~!
그 당시 무용을 하는 친구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구...머스마들에겐 인기가 쨩~이었답니다.ㅋ
백일장도 있어서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도 있었던 것 같은데...기억이 아물 아물 하네요.
그리고...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오면...
카드를 직접 만들어 친구에게 돌리는 게 유행이었어요.
집에서 밤새워 만드는데...내가 만들고 싶은 그림모양을 그린다음 그걸 오려서
하얀 백지위에 올려놓고...체(밀가루 등을 거르는)에다 물감을 찍어 칫솔로 살살 문지르면...
입자가 고운 물감이 떨어지면서 그림모양이 나오지요.
요즘의 스프레이를 뿌리는 식이라고나 할까요.
산타할아버지라든가 크리스마스트리 등을 그려서 가위로 잘라... 풀로 붙이고 다듬어서...
그렇게 만든 카드를 직접 들고 친구네를 돌아다니지요.
친구 몰래 대문에다 꽂아 놓고 옵니다.
평상시 좋아하던 친구들에게 마음의 선물을 우리 땐 그렇게 전하곤 했답니다.
지금처럼 우편물로 부치는 게 아니라 직접 내가 가지고 가서 꽂아놓고 오는 거지요.
선물치고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지요? 그 기울인 정성이 얼마나 대견한가요.ㅋㅋ
기억이 가물가물 하던 것도 생각을 풀기 시작하니 그래도 몇 가지가 나오는군요.
우리 세대에겐 아련한 향수를...
어린 후배들에겐 생소한 추억을 들려준 이야기...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났네요.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엔 강산이 몇 수십 번도 더 변했을 세월이...
물같이 구름같이 흘러서...
어느덧 100년이라는 한 세기를 맞이하는 우리 풍기초등학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발전 하소서~! ^^*
감사합니다.
(풍기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책자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