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운의 자작글, 솜씨방

와룡산 신년 해맞이 산행기...

포운 2007. 5. 16. 16:03

 



...정말 대단했다.

천여명의...정확히는 987명... 대 인원이 23대의 버스로 새해 해맞이 가는 풍경은

정말 보기드문 장관이었다.

바깥양반이 다니는 회사에서 가족과 함께 연례행사로 새해 해맞이 가는 행사가 매년 있다.

젊은이들 위주로 주로 치뤄지던 이 행사가 올핸 나이 많은 노털이도 (???) 끼어 준다고 해서

이번에 같이 참여 할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2004. 12.31. 밤 10시 30분...

회사 정문에서 천여명의 대가족이 23대의 버스에 분산 탑승...그리고 출발...

이 거창한 인원이 가는 곳은...경남 사천의...옛 삼천포에 있는 와룡산...

일기예보엔 남쪽 지방에선 흐리며 눈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라 일출을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허나...날씨는 그야말로 우리들의 편...

너무나 쾌청한 맑은 날씨로 우리들의 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1호차를 선두로 23대가 한줄로 달리기 시작하여 처음 휴게소에 들어선 곳이 죽암 휴게소...

막 들어 서자 마자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모두들 서로에게 새해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핸폰에선 새해 인사 하는 문자 메세지가 연신 을리고...^^*

한 30분 가량 휴게소에서 쉬고는 계속 달려 와룡산 제 2코스인 백운골주차장에 도착한것이

새벽 4시가 조금 안된 시각...

5시부터 산행이 시작 된다고 하여 한시간 가량 버스안에서 잠깐 눈을 부치고...


2005. 1.1. 정각 새벽 5시...

드디어 새해 해맞이를 위한 산행이 시작 됐다.

음력 동짓달 스무하루의 하현달이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우리들의 산행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그 은은한 달빛까지 보태주고...

초롱초롱한 샛별과 북두칠성까지 함께 우리들의 길을 밝혀 주는 새벽 산행...

손에 손에 든 손전등 불빛까지 어우러진 계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망치로 때리면 쨍~~하고 깨질것 만 같은 맑고 투명한 산 공기...
 
가슴속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씻겨나갈 것 같은 그 깨끗한 산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 마시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으로 향할수록 눈이 조금씩 쌓여 있어 산길이 많이 미끄러 힘이 들었지만

모두들 천천히 쉬어 쉬어 정상 민재봉( 해발 798.6m)까지 올라온 시각이 오전 7시 20분경...


동쪽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과 아직도 서쪽 하늘에 걸려 있는 하현달에서 비치는

달빛이 어우러져 이뤄내는 새벽의 그 조화는 정말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 정경이었다.

시인이 못되어 그 정경을 아름다운 싯귀로 읊어내지 못하는게 못내 아쉬울 뿐...

그저 감탄만 하다 말았다.ㅡㅡ:


정확히 오전 7시 34분...

드디어 구름 한점 없는 동쪽하늘에서 붉은 눈썹모양의 커다란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밝은 주황빛의 태양이 점점 솟아 오르자 그 장엄한 모습에 숙연함도 잠시...

모두들 와~~~하고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새해기도를 두손모아 간절히 올리는 모습...서로가 악수하며 새해 인사하는 모습...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정말 인상적인 새해 해맞이...

올해처럼 맑은 하늘에서 선명하게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며 모두들 덕담들이 오갔다.

구름이나 안개 같은 장애물 없이 이처럼 선명한 일출을 보기는 정말 처음이라고 감탄하기 바빴다.


정상엔 오래 있을수 없었다.

기온이 낮은데다 바람까지 불어서 온 얼굴이 얼어 붙는것 같아 말들을 제대로 할수 없었고...

팻트병의 물까지 얼어 버리는 추위에 더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태양이 온몸을 다 드러낸 뒤에는

곧바로 하산해야 했다.

추위에 다리가 마비된것 같아 제대로 걸음이 걸리지 않았다.

젊은이들도 곧잘 미끄러지는 하산길이었지만 그래도 조심 조심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하산하여 식당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9시 30분경...아침 식사후 11시경에

서울로 출발 한단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선 모두들 잠에 곯아 떨어져 조용했다.

전날 밤부터 토끼잠을 잔데다 새벽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니 모두들 물먹은 솜처럼 몸들

이 무거워 내내 잠만 자고 오는 버스안이었다.

다행히 오고가는 도로가 막히지 않아 예정보다 일찍 다녀 올 수 있었다.

서울 도착이 1.1.오후 4시경...

전날 밤부터 18시간이 소요된 새해 해맞이 산행...

노털이에 속했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무사히 다녀온 이 포운 아지매...장하지 않나요~? ^^*


몇년전에 뜻깊은 해맞이 산행을  하고 돌아온 아지매가 아쉬운 마음에 몇자 남겨보려고

후기라고 끄적여 봤습니다. 죄~송~!^^*